본문 바로가기

경제관련생활정보

중국과 우리나라의 산업화 경험 그리고 농촌 탈출은

1960년대 우리 나라의 산업화 경험이 그랬고, 그 상흔이 지금 달동네로 남아 있다.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도 이 길을 따르고 있다.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15000만에 이르고,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는 농촌 인구가 해마다 3000만에 달한다. 중국의 호구는우리로 치면 주민 등록은두 종류가 있다. 그 하나로 농촌 호구는 정부가 땅만 빌려주면 되지만, 다른 하나인 도시 호구에는 일자리를 나눠주어야 한다. 땅을 빌려주는 것보다는 일자리를 나눠주는 것이 한층 어려우리라는 사정은 직접 보지 않고도 대충 짐작할 만하다. 그래서 농촌에서 도시로 떠나는 외부 천이(遷移)는 호구 변동이없는 내부 전이(轉移)보다 한층 까다롭다. 농촌 탈출을 통한 산업화가 절실하지만 도시에 취직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정부로서는 그에 못지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한 조선족 청년은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 베이징(北京) 회사에 근무하는데도 지린(吉林)성의 농촌 호구를 베이징 도시 호구로 바꾸기가 쉽지 않아걱정이 많았다. 지난 10월 베이징 시는 호구 규정을 고쳤다. 3년 연속 매해 300만 위안 이상 세금을 낸 납세자와, 베이징 시민 100명 이상을 3년간 고용한 기업주한테는 자동적으로 베이징 거주 자격을 주기로 했다. 세금과 일자리로 베이징 주민증을 판매하는 중국판 면죄부인 셈이다.노벨 경제학상 32년의 역사에서 경제 발전 분야의 수상자로는 1979년 영국의 아더 루이스(W. Arthur Lewis)가 유일하다. 그의 이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가족 4명이 달라붙어 쌀 20가마를 거두는 농가가 있는데, 식구가 하나 더 늘어 5명이 농사를 지어도 소출은 20가마로 변함이 없을 때가 있다. 그 다섯 번째 식구의 노동으로 가족들의 수고는 줄겠지만 그것이 생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이런 경우를 유식한 말로 한계생산력이 0이라고 한다. 이치가 그렇다면 그는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무리 낮은 임금에라도 그가 무엇인가 만들어내는 한 그의 한계생산력이 0은 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이렇게 잉여 노동력의 농촌 탈출(rural exodus)을 제3세계의 발전 유인으로 잡았다.마오쩌둥(毛澤東)이 살았다면 가장 먼저 해방하려고 달려들 대상이 바로 이들이리라. 가난한 농민에서 가난한 노동자로 변신한 이들은 분명 개혁개방 추진에 커다란 암초이다. 경제가 계속 성장할 때는 문제가 가라앉아 있을 터이나, 성장에 제동이 걸리면 밥과 집과 일을 달라는 이들의 함성이 체제에 엄청난 위협으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 도시 주민의 소득은 농촌 주민의 2.4배였으나, 80년대에는 1.7배로 줄었다가 90년대 들어와 다시 2.6배로 늘어났다. 가난을 참기도 어렵지만 여기 불평등까지 가세할 때 상황은 위기로 치닫기 십상이다. 효율과 공평은 사회 안정에 필수의 요소들이다. 중국 사회가 비록 효율을 앞세워 달리면서도 공평에 대한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를 때는 관성의 힘으로 쓰러지지 않는 자전거처럼 2008년 올림픽까지는 부자가 된다는 상징 조작으로 그럭저럭 굴러가겠지만, 그 뒤가 걱정이라는 소문들이 많았다.개혁개방 이전 농촌 인구는 전체의 82퍼센트였으나 국내총생산에의 기문제는 대도시 주변의 농촌 프롤레타리아민공이다. 농촌 호구를 가지고 그대로 도시로 나가는 이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불법 노동자이다. 그런 만큼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떠맡으며,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는 부평초 인생들이다. 흔히 맹류(盲流)로 불리는 이들의 농촌 탈출을 쉽게 막을 방법도 없으려니와, 값싼 노임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이점 때문인지 그 불법을 못 본 체하거나 부추기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매년 민공조(民工潮)에 떠다니는 인구가 6000만이 넘고, 베이징만 해도 200만 민공에 잡역을 맡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 현장을 취재하려는 우리 노력은 쑤저우공업원구(蘇州工業園區)에서공업 단지에서실현되었다. 삽과 괭이로 토관 공사를 하는 인부들은 주로 톈진(天津)에서 왔다는데, 일당이 얼마냐는 우리 질문에 감독은 70~80위안쯤 된다고 얼버무렸고, 한 인부는 눈치 없이’ 30위안이라고 대답했다. 뒤에 다른 인부에게 다시 물어본 결과 노임 27위안에 수당 3위안을 합쳐 30위안이라고 이실직고했다. 물가는 다르지만 30위안이면 우리 돈으로 4800원이다.국유 기업에도 문제가 많다. 지방 정부나 국유 기업 산하의 집체 소유까지 포함해 국유 부문은 취업자 전체의 80퍼센트가 넘는다. 그러나 그 효율은 말씀이 아니다.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종업원의 20퍼센트 이상이 퇴직자인데퇴직자도 종업원이다이들에 대해서도 기업은 여전히 연금주택의료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실업을 심각하게 느끼기보다는 다소는 신기하게 느끼는 듯했다. 실업이라는 현상 자체가 새로운 체험이기도 했지만, 사회주의 사회의 기본 구조가 상당 부분 그 고통을 줄여주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샤강(下崗)은 중국판 정리 해고로서, 일은 없으나 고용 관계는 끝내지 않는 특이한 제도이다. 일이 없으면 실직임에 틀림없는데, 일정 기간 생계비를 보조하고 재취업을 알선한다는 점에서 고용 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특전도 그런 여유와 능력이 있는 기업에 한정된다. 샤강은 실업 통계에서 빠지기 때문에 현실 실업률은 등록 실업률보다 훨씬 높기 마련이다.